자신의 작품으로 1992년에 Amnesty International의 달력이 만들어진 영광도 안았던 독일의 사진작가 귄터 크링스(Günter Krings)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와인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약 25년 전의 일이다. 당시 자신의 정물(nature morte) 시리즈 작품 전시회에 샤토 무통 로칠드 1973년 빈티지를 소재로 만든 작품을 같이 전시했는데,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아서 작품을 구입하려는 5명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경쟁이 붙었다고 한다. 이러한 예상치 않은 반응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약 100여 개의 작품을 만들었다.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품들을 '와인 초상화(Weinportraits, Wine Portraits)'라고 소개한다.
크링스는 명품 와인을 주제로 한 자신의 작품들을 'Inszenierte Fotografie(Staged Photography)'라고 분류한다. 작품의 소재가 될 와인을 선정하기 위해서 주로 와인 관련 서적과 잡지(특히 Wine Spectator), 소더비의 와인 경매에 관한 자료, 아힘 베커(Achim Becker) 박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Wineterminator에 소개된 Top 100의 리스트 등을 참고한다. 와인을 선정하면 이 와인 자체나 생산자에 대한 스토리를 파악하고, 와인 병을 구해 여기에 칼라를 입히며, 이 와인에 어울리는 오브제를 찾아 가공하고 채색한다. 여기에 배경까지 준비가 되면 사진을 찍게 되는데, 이와 같이 이미 주어진 것을 예술적으로 사진화 하는 것이 아니고, 사진화 하기 위한 것을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Staged Photography'라고 분류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예술적인 감각 이외에도 탁월한 손 재주, 풍부한 상상력, 색감 그리고 수집의 열정을 요구한다. 크링스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질감과 조화로운 색의 구성 때문에 그의 작품은 사진이 아닌 유화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